우리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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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글의 마지막 결론은 능력이냐 운이냐로 귀결될 것일테다.

종종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 과거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6년 전에 내가 하던 그런 고민들을 하는 친구들을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때마다 내 몸에 두껍게 도포된 오지랖과 꼰대 본능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을 손톱으로 긁어 없애려고 ‘노력’ 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그 친구들이 그런 고민들을 하는 이유를 혼자서 떠올려 본다. 그리고 얼마 전에 들었던 ‘고추달린 명문대생’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 의지도 아니도 타인의 의지도 아닌 거대한 역사와 사회의 흐름에 따라 개인은 무능력하게도 초라한 특권(privilege)ㅡ왜냐하면 아주 지엽적이고 한시적이며 상대적인 특권이므로ㅡ를 갖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부여해야만 하는 억압을 가지게 된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메가스터디 선생님이 짠 하고 나타나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하나씩 친절하게 속성으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국가에서 주는 돈으로 공짜로 학교를 다니는게 익숙하고, 주변에 군대가는 사람보다 석박사하는 사람이 월등히 많다. 취업을 못하는 것보단 더 좋은 곳을 가는 선배들을 우와 하고 바라보고, 항상 남들이 속한 곳에는 스타플레이어가 끌어주지만 내가 속한 곳은 위태위태해 보인다. 연구주제를 잡고 오롯이 나 스스로 논문 한 편 쓰는 것 보다 누구네는 탑티어 논문을 써더라 누구네는 이번에 구글을 간다더라 소문에 더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그런지 자존감이란 높았다 낮았다 하는 것일테지만 높았던 자존감은 요즘의 봄날처럼 금방 가버린다. 이런 우리가 아둥바둥해서 1년에 월급쟁이로 살면 벌어야 얼마나 더 벌까. 혹은 못 벌어야 얼마나 더 못 벌까. 아마 대부분은 평균 그 언저리에서 왔다갔다 하겠지. 그런데도 우리의 고민은 항상 왔다갔다 한다. 옳은 것일까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런 이유일테다. 나쁘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트랙을 잘 뛰어와서. (큰) 실패를 해본 적이 없어서.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그래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에 와리가리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실패해본 적이 없고 그렇지만 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줍잖게나마 머리를 굴려본다, 이 길이 맞을지 저 길이 맞을지. 이 길이 쉬울지 저 길이 쉬울지. 그래서 와리가리..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인생사 NP-Hard에서 global optima 따윈 모른다

내가 한창 그런 고민을 할 시절에 형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었다. 엉덩이가 무거워서 그런 것이라고 말해줬다. 십 만원이 큰 돈일때 천 만원도 금방 벌 수 있는 돈이라고 말해줬었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돌아다녔다. 그랬었기 때문에 후회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보다는 와리가리 하지 않는다. 나의 과거를 닮은 그들과 이야기할 때면 그 시절이 떠올라버린다. 형들은 오지라퍼였을까 아니면 내가 너무 걱정많은 말라깽이 샌님이었을까. 나는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건네야할까. 다 괜찮을테니깐 지금 하는거 열심히하고 하고싶은건 다 해봐라…형들도 딱히 할 말은 없었겠다 싶다.

나에게 꽤나 자주 그리고 꽤나 오래토록 생각하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는 ‘노력 vs 운’ 이다. 성공한 사람 -의 정의는 아직 모르겠다- 이 가지게 되는 결과물은 노력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운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19세기까지 살아남았던 운빨ㅈ망 세상에서 그래도 돈이라도 많았던 자본가들이 정신승리를 위해 외쳤던 노력한만큼 가져간다는 말이 21세기 자본주의의 운빨ㅈ망의 세상에서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구심에서 가지게 되었던 질문이었다.)

(각자의 정의에 따른) 성공한 사람은 무엇이 달랐을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생각하는 ‘성공에 다가간다’는 것은 남들이 깨닫지 못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깨달음이라는 것이 단순히 ‘운동은 건강에 좋습니다’를 아는게 아니라 ‘눈 앞의 고기는 먹어치운다’ 따위의 거침없이 행동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일테다. 그 깨달음은 노력으로 이루어질까 운으로 이루어질까? (지금의 가치관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나보다 더 넓은 시야를 지니게 된 나는 노력의 탓일까 운의 탓일까? 사실 노력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지만.

지금의 나는 어느 누군가의 과거였겠지? 과연 나는 어느 정도나 깨달았을까? 나는 그 사람이 지니고 있을 깨달음에 다가가고 있을까? 그치만 이 것 또한 와리가리 생각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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